올해 상반기에는 MBTI 열풍이 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언급이 잦았다. 자랑은 아니지만 이미 까마득한 과거에 MBTI 과몰입 단계를 거쳤던 나는 이 성격 유형 테스트가 겨우 지금에야 공공의 놀이로 진화한 것이 놀라울 뿐이다. 확실히 MBTI는 많은 이들이 좋아할 만한 특성을 지녔다.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도 누구나 한 번쯤은 인터넷 심리 테스트의 정확한 결과에 열광한 경험이 있지 않은가. 그때부터 오랜 시간이 흘러 한때 주목받았던 혈액형별 성격은 MBTI로 세대교체가 되었고, 우리는 여전히 사람들을 정해진 유형으로 분류하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언제나 강조하듯 겨우 8가지 알파벳의 조합이 인구의 다양성을 대표할 수는 없으니, 재미로만 보길 바란다. 그럼 잡담은 여기까지 하고, 사심을 담아 내 성격 유형인 INFJ로 소개를 시작하겠다. 16가지 성격 중 인구의 제일 적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알려진 '예언자형'이다.
INFJ/인프제의 장점
창의적이다.
-생생한 상상력에 자비로운 성향을 더하면 인간적인 문제의 해결사, INFJ가 된다. 자신이 아끼는 사람을 위해 해답을 찾아주는 둥, 타인을 위해 상상력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강점 때문에 훌륭한 상담사나 카운슬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내 현재 직업은 창의력과 거리가 멀지만, 과거로 되감기하면 어릴 적 내 꿈은 소설가, 상담가였다. 중학교 시절에는 소설과 번역에 관심이 있었고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집중적으로 심리학을 배우고 싶었는데, 심화 수업이 부족했어서 제 발로 박사님들을 찾아가 개별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이런 시절을 떠올리면, 나 역시도 너를 도울 수 있게 도와달라는 인프제 그 자체인 것 같다.
통찰력 있다.
-INFJ는 타인의 거짓된 의도를 단숨에 간파하는 무서운 유형이다. 상대방의 교묘한 속임이나 상술에 넘어가지 않고 되려 더 솔직한 대화를 끌어낸다. 이들은 사람과 사건의 관계성을 특출나게 잘 발견하고, 그 능력을 사용하여 문제의 핵심을 파악한다.
인프제 해석 중 제일 큰 공감을 했다. 물론 인간의 내면은 심해와도 같고 타인은 타인일 뿐, 입장이 돼보지 않고서야 어찌 확신할 수 있겠냐만은... 나도 모르는 새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을 예측한다. 그리고 그 예측이 틀렸을지라도 틀렸다고 확인 받는 경우가 적어서 버릇을 고치기 어렵다. 한때는 이런 기분이 드는 게 싫어서 이상형이 "속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영감과 설득력이 있다.
-INFJ는 부드럽고 인간적인 언어로 많은 이상주의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따뜻함과 열정을 동시에 내재하고 있는 이들은 멍석만 깔아주면 놀랍도록 훌륭한 연설가가 될 수도 있다. 특히 말하는 주제를 자랑스럽게 여길 경우 더 그렇다.
토론에서는 딱딱하고 기술적인 언어가 필요할지 몰라도, 대화는 부드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 이런 주장까지도 이상주의적인 발언이니... 사족을 붙이면 붙일 수록 더 내가 인프제임을 실감한다.
결단력 있다.
-INFJ의 창의력, 통찰력 및 영감은 세상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복잡한 프로젝트를 끝까지 마치는 데 필요한 신념, 의지, 계획성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INFJ 성격 유형은 무언가를 결정할 때 정해져 있는 지침보다는 자신의 통찰력과 감에 의존한다.
결단력이 있냐, 없냐고만 질문을 한다면 나는 크게 고민 않고 없다고 하겠다. 나는 모든 보기의 귀결을 끝까지 저울질하기 전까진 섣불리 결론 내지 않는다. 다만 결단력이 꼭 진행의 빠르기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면, 나는 "내가 오랫동안 고민하고 내린 결정을 후회한 적은 없다"라고 말할 수 있다.
단호하고 열정적이다.
-INFJ는 무언가가 중요하다고 믿게 되면 다른 사람들이 놀랄 정도의 신념과 에너지로 그 목표를 추구한다. 또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잔잔하던 배를 흔들 강단도 있다. 이는 모두가 좋게 볼 행동은 아님에도, 그들이 선택한 대의를 위한 일이라면 INFJ의 열정은 쉽게 막을 수 없다.
이건 내 이상에 가깝다. 다수 세력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에 그 정도로 강한 스탠스를 취하는 건 회피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말했듯이 이 특징은 내 이상이기 때문에, 이처럼 되기 위해서 노력해왔고 지금은 어느 정도 인프제 다운 단호한 면모가 생겨나지 않았나 싶다.
이타적이다.
-위와 같은 INFJ의 강점들은 선을 위해 사용된다. 이들은 단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 어떤 행동에 관여하거나 신념을 장려하지 않는다. 그들의 진정으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행동을 취한다.
마지막 문장 그대로를 내가 태어난 이유라고 믿는다.
INFJ/인프제의 단점
민감하다.
-누군가가 INFJ의 원칙이나 가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면, 예상치 못한 강한 반응에 놀랄 수도 있다. INFJ는 비판과 갈등에 매우 취약하다. 따라서 INFJ의 대의에 의문을 제기하는 건 그들에게 비호감으로 찍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나처럼 자신에게 엄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인프제라면 외부에서부터 비판을 들었을 때 충격이 배가 된다. 나는 내가 틀렸을 땐 틀렸다고 인정하지만, 맞는 줄 알았던 게 틀렸다고 깨닫는 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린다.
극도로 비밀스럽다.
-INFJ는 자기 자신을 아이디어의 정점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이 아이디어를 강하게 믿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상을 벗어난 개인적인 삶에서는 본인을 쉽게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이미지를 앞세워서 정말 친한 친구들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INFJ는 새로운 친구를 신뢰하기까지 굉장히 오래 걸리고, 주변에서 "곁을 잘 내어주지 않는다"는 의견을 들을 때가 종종 있다.
뭐... 나를 잘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게 확실하다. 근데 모두가 그렇지 않나?
완벽주의자다.
-INFJ 성격은 모두 이상 추구에 의해 정의된다. 이것은 여러 면에서 훌륭한 특징이지만, 정치, 비즈니스, 로맨스와 같은 분야에서 이상적인 상황이 항상 가능한 건 아니다. 특히 INFJ 내에서도 T와 A 중 T인 유형들은, 더 나은 선택이 있을 것 같다는 판단하에 충분히 건강한 관계나 상황을 포기할 때가 있다.
한때는 완벽주의자였지만 최근 몇 년간 눈에 띄게 내려놓았다. 재수 없게 들릴지 몰라도 내가 운이 좋은 편인지, 조금만 노력하면 이상에 닿을 능력이 생기곤 해서 아직 현실과의 괴리감에 좌절했던 경험은 많이 없다. 큰 걸 바라지 않는 것도 한몫한다. 그냥 매일이 이상으로 향하는 걸음인 것 같다.
항상 의미가 있어야 한다.
-INFJ는 자신의 대의에 너무 사로잡혀서, 때때로 이상과 현실 사이에 발생하는 번거로운 작업을 반기지 못한다. 이들은 자신이 목표를 향해 현실적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 INFJ는 일상적인 작업이 단조롭게 느껴지거나 아예 목표 자체가 없을 때 제일 초조해한다.
당연히 모든 일에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 의미 없는 일에 소중한 시간을 할애하는 건 죄악 수준이다. 다만 여기서 '의미'란 표준과 관계없는 나만의 개인적인 보람을 뜻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는 음주가무가 백해무익할지 몰라도, 내게는 교류와 카타르시스의 장이다. 의미라는 건 거창하거나 단일한 게 아니다. 실질적인 이득이 없더라도 가치관에만 부합한다면 충분히 의미 있다고 본다.
번아웃이 빠르다 (에너지가 쉽게 소진된다).
-INFJ를 에워싸는 열정, 성급함, 이상주의 및 극도의 사생활 보호 같은 특성들은 안타깝게도 INFJ에 안식처가 되어주지 못한다. 만약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짧은 시간 내에 스스로 지칠 가능성이 크다.
타올랐다가 빠르게 꺼지는 경험을 몇 번 해보니 더이상 안 그러는 법을 알게 됐다. 여기서 균형을 잡는 방법이란 뚜렷한 목표 의식과 단계의 세분화, 그리고 나만의 아웃렛이다. 나는 로파이 음악을 틀어놓고 불렛 저널을 쓰는 걸 좋아한다. 타블로의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베이킹하는 것도 좋아한다. 세상과 연결된 스위치를 잠시 끄고 다이빙할 나만의 세상이 있으면 얼마든지 재충전한 뒤 다시 목표를 향해 달릴 수 있다.
지금까지 INFJ의 장단점에 대해 알아봤다. 여느 심리 테스트가 그렇듯 깊이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덜 그런 부분도 있어서 큰 감흥은 없을지라도, 고독하기로 알려진 INFJ 유형들에게는 유대감을 형성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길 바란다.
'생각의 조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후회하지 않는 법 (0) | 2020.09.24 |
---|---|
인스타그램/소셜 미디어(SNS)가 인류에 미치는 영향 (0) | 2020.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