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 2개 국어를 구사하면서 느낀 바는, 사피어-워프 가설이 적어도 내게는 가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일상에서부터 언어와 세계관의 밀접한 관련을 느끼고 있었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기 위해 마주했던 그날의 딜레마는 이를 더 유심히 곱씹을 명분을 주었다. 참고로 이 글은 사피어-워프 가설의 과학적 검증이나 책의 줄거리와는 관계가 없다. 그저 독서 이후 피어난 생각의 교집합일 뿐이다 (오로지 책에 대한 감상문이 궁금하다면 맨 밑으로). 나는 원작을 뛰어넘는 '초월 번역'은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 작가의 책은 한국어로 읽는 게 당연하고, 영어권 책은 영어로 읽는 게 마땅하다는 의견이다. 이런 신념 때문에 두 언어를 벗어나는 순간 난 골치가 아파진다. 제3의 언어로 탄생한 책은 둘 중 어느 방향에서..